성곽을 찾아서

삼국간 한강유역 패권을 다투던 격전장, 설봉산성(2011.5.4)

필그림2 2011. 5. 6. 16:06

삼국간 한강유역 패권을 다투던 요새, 설봉산성(2011.5.4)

 

5월초 날씨치고 꽤 덥고 약간의 연무가 있어 시야가 넓지는 않았다.

2001년 여름 이천의 대표적인 산성인 설봉산성과 설성산성을 답사하고 10년만에 다시 찾아가는 곳이다.

그동안 수차례의 지표 및 발굴조사를 통한 축적된 자료를 조사하면서 두 성곽이 어떻게 변해있을까 생각하니 마음은 벌써 이천에 가있다.

영동고속도로 확장공사가 한창이고 부분적으로 확장된 상태이기에 다행히 막히지 않고 오전 11시경 이천에 도착했다.

이천IC를 나와 3번국도를 이용하여 이천시내를 지나 사음동에 위치한 사적 제423호(경기도기념물 제156호에서 승격) 설봉산성(雪峯山城)으로 향한다.

도자기축제로 더 유명한 이천 설봉공원을 품고있는 이천의 진산이자 이천사람들이 사랑하는 설봉산(雪峯山,394m)의 북쪽에 설봉산성(雪峯山城)이 위치해있다.

설봉공원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포장도로를 따라 오르면 평온한 오솔길이 나타난다. 완만하고 그리 높지않은 산이라 이천시민들이 즐겨찾는 등산코스이다.

산길을 따라 30분정도 오르면 설봉산성의 복원된 동문지를 만난다. 90년대 후반 동문이 제대로 된 고증없이 복원이 되고  10년전인 2001년 북쪽을 잇는 성벽의 뒷채움 공사가 한창이였었는데 현재 말끔히 정비가 이루어진 것을 볼 수 있었다. 아쉬운것은 원래의 엣 성돌을 사용하지 않아 1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순백색의 화강석 성벽은 21세기 어느 건축가의 조형물로 착각할 정도로 옛스럽지가 않다. 동문지를 지나 성곽을 따라 군기를 꽂았다는 홈이 패인 말안장 모양의 바위를 지나 칼바위 방향으로 답사를 시작해 성곽 내외부를 교차로 이동하면서 한바퀴 돌아보기로 했다. 칼바위 주변에는 발굴 후 여러 유구들이 복원되어 있거나 노출되어 있다.

깃발을 꽂았던 흔적이 있는 바위와 팔각형 재단터, 남장대지의 주춧돌, 그리고 최악으로 고증한 봉화대도 여전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남쪽 성벽은 10년전에 이미 복원공사가 마무리 되었었다. 복원된 남쪽 성곽을 지나면 성곽은 급히게 회절하는 부분이 장대지로 추측되는데 멀리 남쪽으로 장호원과 안성, 동쪽으로 이천시내, 북쪽으로 양평,광주 등지가 잘 조망된다. 장대지를 지나 성곽의 흔적이 희미해지지만 조금 더 가노라면 완벽한 성돌의 흔적을 볼 수 있는 30여미터의 옛 석축이 잡목사이로 보인다. 옛 성곽의 흔적을 가장 잘 확인할 수 있는 지점이다. 발굴조사를 위한 삭토로 성벽이 노출된 구간인데 다행히 다시 복토를 하지 않아 거의 완벽하게 옛 성곽의 형태를 보여주는 구간이다.

단국대 매장문화재연구소의 발굴조사 결과에 따르면 설봉산성은 4세기 한성 백제가 한강방어를 목적으로 초축하여 고구려의 점령에 이어 한강유역 패권을 장악한 신라가 다시 경영하게 되어 이천지역 또는 설봉산성에는 신라 지방군사조직 십정(十停)중 하나인 남천정(南川停)이 설치되기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