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곽을 찾아서

한강유역 마들평야와 남양주 별내를 관방한 불암산성(2011.9.8)

필그림2 2011. 9. 8. 21:55

삼국시대 한강유역 마들평야와 남양주 별내를 관방한 불암산성(2011.9.8)

- 불암산성(佛巖山城), 고구려가 초축하고 신라가 경영한 한강유역 소규모 전초기지 -

 

 

 

서울시 노원구와 경기도 남양주 경계에 위치한 불암산(佛巖山 또는 佛岩山, 507m)은 비록 높은 산은 아니지만 드넓은 주변을 관찰할 수 있는 곳으로서, 서울과 수도권의 산행 명소이다.

큰 바위로 된 봉우리가 중의 모자(송낙)를 쓴 부처의 형상과 닮았다하여 불암산이라 이름지어졌고, 필암산(筆巖山),천보산(天寶山)이라고도 한다. 남북방향으로 능선이 뻗어 있으며, 산세는 단조로우나 거대한 암벽과 울창한 수림이 아름다워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브리테니커 사전 참고>

불암산에는 신라 지증대사(智證大師)가 세운 불암사(佛巖寺)와 그 부속 암자인 석천암(石泉庵), 신라 도선국사(道詵國師)가 세운 천보사(天寶寺), 조선시대에 무공화상(無空和尙)이 세운 학도암(鶴到庵),정암사(淨岩寺),천보암(天寶庵) 등 유서깊은 사찰도 많다.

특히, 신라 헌덕왕 16년(824년) 지증대사가 세웠다는 불암사에는 석씨원류응화사적책판(釋氏源流應化事蹟冊板,보물 제591호, 동국대박물관 소장)이 있고, 조선 인조2년(1624년) 무공화상이 창건한 학도암에는 명성황후가 발원하여 만들었다는 마애관음보살좌상(서울시유형문화재 제124호)이 있다.

임진왜란 때 사명대사가 승병들과 함께 양주에서 한양으로 넘어오는 왜군을 막기 위해 이곳 불암산과 수락산에 매복하였다가 노원평 전투에서 큰 승리를 했다고 하며, 6.25때 육군사관학교 1,2기 생도들이 4차례에 걸쳐 북한군과 유격전을 벌이기도 한 장소로써 예로부터 한강과 서울을 방어하기 위한 중요한 지역으로 인식되었었다. 

 

불암산 주봉에서 남쪽으로 뻗은 능선에 제2봉우리(420.3m)가 있는데 정상부에 봉화대(烽火臺)로 불리여지는 헬기장이 있다.

이 헬기장 주변에는 5세기 후반 고구려 남진정책으로 한강유역을 확보하기 위한 흔적을 보여주는 불암산성(佛巖山城)이 있다.

아차산,용마산,망우산,봉화산,시루봉,수락산 등 주변지역에는 고구려 남진의 최전방 관측 및 초소 역할을 하던 수많은 보루(堡壘)가 있다.

 

<불암산성 동쪽 성벽>

 

불암산성은 평탄한 정상부를 돌아가면서 자연지형을 따라 석축하였다. 전체적으로 원형에 가까운 5각형 형태로 되어 있다고 하는데 수풀에 정확한 모양을 확인하기 어렵다. 성의 전체 둘레는 약 236m, 내부 면적은 약 5,321.8㎡ 이다. 노원구 방향인 서쪽은 자연암벽지대라서 석축의 높이가 가장 낮아 보인다.

성벽은 등산로로 변해 대부분 무너졌지만 남양주 방향인 동쪽 성벽은 높이 약 3m, 길이  20여m 정도가 잘 남아있으며, 노원구가 조망되는 서쪽에도 원형의 성벽 일부가 노출되어 있다. 특히, 동쪽 20여m 구간에서는 성벽의 기저부분과 상층부분의 축성 특징이 다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고구려 축성의 전형적 특징인 물림쌓기와 장방형의 석재를 이용한 육합쌓기의 흔적을 볼 수가 있다. 상층부로 갈 수록 이런 축성의 특징이 없어지는 것으로 보아 5세기 중반 고구려가 한강유역을 확보하기 위하여 남하한 시기에 쌓은 뒤 6세기중,후반경 신라가 한강유역을 확보하고 한강방어와 북진을 위한 과정에서 다시 고쳐쌓은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동쪽 잔존 성벽 정면 형태>

 

정상부 헬기장 북동쪽에는  직경 8m 정도의 집수시설(集水施設)로 추정되는 웅덩이가 있다.

아직 정식 시,발굴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아 불암산성의 성격을 규명하기는 어렵지만, 산성주변에서 발견되는 유물로는 청동기 시대 무문토기류와 삼국시대에서 통일신라 시기의 토기편 등이 주류를 이루고 고려시대 도기편도 발견되는 것으로 보아 청동기시대부터 방어시설을 갖춘 주거유적에서 시작하여 삼국시대 한강을 둘어싼 삼국의 각축과 영역 확장과정에서 축성 및 활용되어 고려 초기까지 이용했던 것으로 추측해본다.

 

<동쪽 성벽 기저부 물림쌓기 형식>

 

불암산성은 불암산의 주요 등산로로써 많은 등산객들이 이동하고 휴식하는 공간으로 활용되거나 간이화장실이 설치되어 대부분이 훼손되었다.

더 훼손되고 방치되는것을 막기위하여 서울시는 2010년 12월 23일 서울시 기념물 제32호로 지정하였지만 현재까지 특별한 후속조치가 없다.

나아가 허물어진 성곽을 남북으로 지나가는 등산로의 우회라든가 성돌을 빼서 만든 간이화장실 계단과 등산로 등  훼손부분의 시,발굴을 통하여 불암산성 정비를 위한 기초자료수집이 필요해 보인다. 1500여년 세월을 견뎌온 성벽의 자취에서 숙연함을 느낀다. 

 

<부분적으로 드러나 있는 서쪽 성벽>

<등산로 계단으로 활용중인 성벽 일부와 노출 견치석>

<북쪽 잔존 성벽>

<불암산 정상부에서 바라본 노원구와 도봉구 그리고 북한산>

<불암산 주봉에서 바라본 불암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