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의 추억

백림 이은경 화백 전시회장으로의 가족나들이(2012.08.13)

필그림2 2012. 8. 17. 21:29

백림 이은경 화백 전시회장으로의 가족나들이(2012.08.13)

- 한국화의 먹과 붓을 바탕으로 한 현대적 느낌의 색체와 대상 그리고 감성과의 만남 -

 

 

 

 

무더웠던 날씨가 말복과 입추를 지나고 비가온 뒤 한풀 꺽였다.

쉬는 월요일, 가족나들이 겸 백림 이은경 화백의 전시회를 찾아 전철을 타고 서울 안국동 북촌으로 갔다.

서울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북촌이라는 멋진 동네가 있다. 개인적으로 성북동의 한양도성 아래 간송미술관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 동네와 함께 좋아하는 서울의 동네다. 예쁜 한옥들도 보고 잘 지은 현대식 저층 주택들도 구경할 수 있는 골목길을 따라 쉬엄쉬엄 전시회장인 <갤러리담>으로 향했다.

전시창에 있는 이은경 화백의 그림을 먼저 관람했다. 사전에 입수한 자료에서 전시물들을 감상했었는데 작년 6월 "소금구슬" 전시와는 또 다른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개조한 한옥 건물 <갤러리 담>의 매력 포인트. 장승과 솟대처럼 길가는 사람들의 평안과 안녕을 기원하듯 정문 옆 문인석이 관람자들을 편안하게 맞이 한다.

문을 열고 1년여만에 들어가보는 화랑 <갤러리담>이다.

 

 

천천히 그림들을 감상한다. 1층과 옥상으로 오르는 계단에 전시된 20여점의 친근하게 다가오는 따듯한 그림들.

수묵의 여백미와 담채의 은은함이 바탕이 된 그림 속에서 아이와 함께하는 물고기와 고양이를 통해 순수함과 행복함이 느껴졌다. 현대적 느낌의 빤짝이(?) 같은 물감이 그림들을 더욱 화사하게 나타내기도 했다. 백림 화백의 그림은 한국화의 바탕과 정서에 서양화의 현대적 느낌이 가미되어있다.

 

나는 변관식,이상범,이원좌,이호신 화백등의 근,현대 정통 산수화를 좋아하는데 수년전 인사동의 한 갤러리에서 전시한 두 손바닥보다 조금 큰 박수근, 장욱진 화백의 한국적 정서의 서양화를 보고 정감가고 따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었다. 작년 정독도서관으로 가던 중 우연히 이곳 <갤러리담>에서 전시중이던 백림 화백의 문인화를 감상하며 한국화의 먹과 붓을 바탕으로 현대적 느낌을 갖는 색체와 대상 그리고 감성의 표현은 그러한 느낌의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다.

수년전 도종환 시인의 책속에 그려져 있던 한국적 정서와 아름다움을 표현한 송필용 화백의 서양화들도 좋고, 사회참여적이고 서정적인 소박함이 있는 이철수 화백의 판화도 좋아하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화가들의 그림을 모두 관람하기에는 여러 문제로 힘들지만 기회가 되는대로 박물관,미술관,전시회 등을 찾아 그림 감상을 한다. 특별히 그림에 대한 안목은 없지만 그냥 마음 편안하게 다가오는 그림이 좋다. 이번에 다시찾은 백림 화백의 그림도 마찮가지다.

아내와 아이들과 전시된 20여점의 그림들을 편안하고 자유롭게 감상하고 갤러리 디렉터 장계현 선생님과 근처 출타중이다 돌아오신 백림 화백과의 재회를 통한 편안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아이들은 미술관이나 박물관의 그림전시 외에 이번과 같이 갤러리에서의 전시관람은 처음이다. 전시물에 대한 진지한 감상보다는 구면이 된 백림 화백과의 이야기에 더 신나했다.

더 오래 머물고 싶었지만 여러사람들과의 공간이라서 백림 화백의 서명을 받은 소도록과 포스트카드를 선물받고 자리를 비웠다.

그림들 중에서 우리집 가계와 공간을 고려해서 특히 마음에 드는 작은 그림 한점을 구입했다. 큰 그림만 전시되었더라면 아무리 마음에 든 그림이라도 우리집 공간이나 가계를 고려해서 고민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나같은 관람객을 위해서라도 다음 전시회 때에도 작은 그림이 몇점이라도 전시되었으면 좋겠다.

아이들은 서재를 자기들의 방으로 꾸미게 되면 이번 그림을 걸어달라고 한다. 아이들과 함께 전철을 이용한 가족나들이로는 쉽지않는 길이기에 근처에서 이른 저녁을 먹고 삼청동과 인사동의 골목 가게구경을 하면서 종로3가 지하철 1호선을 타고 저녁 늦게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