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곽을 찾아서

창녕의 자연과 문화유산 답사(화왕산성,목마산성,영산읍성.2010.10.14~16)

필그림2 2010. 10. 26. 11:34

 

가을여행은 무엇보다도 단풍구경 아니면 억새(갈대) 구경이 단연 가장 인기가 있을 것이다.

나도 가족들과 가을여행의 진한 추억을 남기고자 아내와 생각한 끝에 은빛 억새평원으로 이름난 창녕의 화왕산 산행과 그 지역 자연,역사문화 답사를 겸하기로 했다. 화왕산은 작년 2월 정월대보름때 매년 오랜 풍습이였던 억새태우기 행사때 많은 사상자를 낸 아픈 장소이기도 했다.

퇴근 후 12시에 피곤한 몸으로 겨우 일어나 숭실대 매산기념강좌 "중도식 무문토기의 전개와 성격" 강좌 자료집를 받으러 갔다와서 큰아이 유치원 마친 후 오후 2시경에야 집을 나설 수 있었다. 조금 늦은 시간이라서 창녕까지 내려가려면 부지런히 가야했다. 다행히 영동고속도로가 많이 막히지 않아 여주분기점에서 중부내륙고속도로를 이용해 창녕까지 갔다. 우리가 2박3일간 묵을 곳은 창녕읍 아래 부곡온천지구내 콘도였다.

내일 아침 창녕읍 주변 유적지 답사와 화왕상 산행을 계획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8시경에 일어나 아침식사를 하고 창녕읍으로 향했다.

산행을 통상적인 자하곡 매표소 또는 옥천매표소에서 시작하지 않고 창녕의 대표적인 고분유적과 성곽유적 그리고 창녕박물관을 동시에 답사하고자 창녕박물관 주변에 차를 세우고 먼저 창녕박물관 관람을 했다. 교동고분군에 접해 있는 창녕박물관은 교동고분군과 계성고분군 발굴 유물을 중심으로 전시실을 꾸며 놓았는데 미리 정보를 갖고 간 송현동고분발굴 특별전인 "비사벌-1,500년전 16살의 순장소녀가 우리 곁으로 다시 돌아오다" 전시를 관람할 수 있었다. 송현동 15호분에서 출토된 순장소녀의 유골복원 모형(송현이)도 보고 송현동 7호분에서 출토된 "녹나무관"등 송현동고분 출토품을 관람하였다. 그외 상설전시실에서 이곳 창녕의 역사와 비화가야의 역사를 한눈에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창녕박물관에서 나와 11시경 교동고분군을 따라 화왕산 방향으로 산책을 하듯이 우리 가족들은 올랐다. 날씨가 조금 쌀쌀했지만 무척 청명하여 주변 풍광이 아름다웠고 가시거리가 길었다. 20번 국도를 사이로 36기의 고분이 복원되어 있는데 주변 풍경과 함께 고분유적의 아름다움을 보여줬다. 주변 명덕못을 둘러싸고 있는 야산 전체가 고분군이라고 하니 그 규모는 대단하다. 1918년에서 1919년 사이 조선총독부(朝鮮總督府)에 의해 그 일부가 발굴조사되어 유물은 대부분 일본으로 옮겨 가고 지금은 그 일부만 국내에 남아 있단다. 완전한 조사보고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아 이 유적의 성격을 완전히 알 수가 없으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형 고분들은 횡구식(橫口式) 또는 횡혈식(橫穴式)고분이었다고 하며, 유물은 금동관을 비롯하여 순금이식(純金耳飾)등 각종 귀금속 으로 된 장신구와 철제무구(鐵製武具), 토기 등 대량의 유물이 출토 되었다고 한다.(창녕군청 홈페이지 참고)

아이들은 완만하게 잘 조성된 고분공원의 잔디밭을 뛰어다니기도 하고 잠자리돠 메뚜기를 잡기도 하면서 어느덧 화왕산 서편 아래 산행길 입구로 접어섰다.

꽤 가파른 오솔길이 이어졌지만 참나무군락지여서 아이들은 도토리를 줍느라 힘든지모르고 올랐다. 산행길에 만나는 구절초의 향기와 순수함에 아내와 난 가을을 정취에 빠졌다. 가파른 산길을 20여분 오르니 목마산성(牧馬山城) 복원 성곽이 있었다. 복원성곽은 창녕박물관 아래로 300여 미터 이어져 있었고 위로는 산등성이를 따라 허물어진 옛 성벽이 등산로 옆으로 산정상을 향하여 남아있었다. 우선 성곽아래 양지바른곳을 찾아 우리 가족은 간식을 먹고 잠시 쉬었다. 창녕읍내와 멀리 현풍까지 잘 보였다. 목마산성은 포곡식산성으로 화왕산성과 함께 비화가야의 유적으로 추정되며 화왕산성의 외성역할을 했을것이라고 추측한다.

목마산성이 꺽여지는 봉우리 주변에는 무너진 성돌을 이용해 등산객들이 돌탑을 쌓아놓아 심하게 훼손되어 있었다. 이곳에서 아이들과 아내를 잠시쉬게 하고 성곽외부를 따라 조금내려가니 약 5m 정도 온전히 남은 축성형태를 확인 할 수 있었다. 잘 다듬은 검은 장방형 석재들을 이용해서 쌓았다. 확트인 시야와 함께 멋스러운 옛 모습을 보여주는 구간이였다. 성곽이 회절하는 부분에서는 화강암 석질의 축성흔적도 볼 수 있었다.

아이들과 아내가 조금 지겨워하는것 같았다. 사실 이쪽 산행구간은 정식구간이 아니라서 사람의 왕래도 적고 화왕산 정상까지 꽤 먼거리였다. 특히 아이들과 함께하기에는 시간이 더 걸렸다. 다행히 완만한 오솔길이 많아 아내와 큰아이가 잘 따라왔고, 난 작은아이를 안고 올라가야했다. 나무들 사이로 화왕산의 정상부 분지가 보이자 좀더 힘을냈다. 자하곡매표소에서 올라오는 코스중 3코스와 합쳐져서 화왕산 정상으로 올라갔다. 정상아래에서 많은 등산객들과 인근에서 소풍온 초등학생들을 만났다. 약 3시간의 산행 끝에 은빛 억새물결릐 화왕산 정상을 올랐을때 아이들과 아내는 기뻐했다. 화왕산 정상비석 아래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주변의 억새풍경을 한참 구경하며 서문으로 내려와 아내와 이이는 이곳에서 쉬고 난 남문방향의 복원성곽길을 답사했다.

화왕산성에는 삼국시대 토기편들이 출토되고 있고, "동국여지승람"에 조선 성종 이전에 축성이 되었음을 알 수 있으며 임진왜란때 곽재우 장군이 내성을 축조하여 사용하였다고 한다. 

배바위아래에서 남문을 지나 동문을 다시 지나는 약 1km 구간이 복원되어있었다. 낮은 지형의 동쪽성벽은 석축이고 높은 지형의 서쪽은 토석혼축으로 축성되었다.

남문주변에는 창녕조씨득성지로도 알려진 통일신라시대 우물지를 볼 수 있었다. 남문의 특징은 입구가 가팔라서  한번 꺽여서 들어오게 되어있으며 남문아래로 수구가 있었다. 남문에서 조금 더 가면 동문이 나오는데 동문터 주변은 옛성벽이 조금 남아있으며  상당히 큰 자연석을 대충 다듬어 입구 석축을 조성했다. 이곳 역시 정면으로 출입을 하지 못하게 새을(乙)자 형태로 꺽여서 출입구를 통하게 하여 방어에 더 용이하게 설계되었다.

성곽은 다시 올라가서 분지를 따라 한바퀴돌며 성벽을 쌓았는데 대분분 허물어지고 등산로로 개설되어 그 흔적만 볼 수 있었다. 다시 남문으로 내려와 서문으로 갔다.

아이들과 내려갈땐 자하곡 매표소 방향 1코스를 이용했다. 1코스는 매우 험하지만 최단거리라 이길을 선택했다. 계단도  높고 경사가 커 1km 정도 힘들게 내려왔지만 그 이후로는 완만해져 이이들도 스스로 내려올 수 있었다. 입구 식당 우측으로 송현동고분군이 석양에 비쳐 아름다운 풍광을 만들었다.

자하곡 매표소 주차장으로 내려오니 4시15분이였으며 난 가족들을 남겨놓고 다시 10여분 걸어 창녕박물관으로 가서 차를 갖고 왔다. 창녕의 아름다운 문화유산과 화왕산의 아름다운 억새를 실컷 보고 즐긴 산행이였다. 다시 부곡으로 내려오면서 영산IC에서 빠져 순대로 유명한 도천면 "진짜순대"집에서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순대전골과 순대로 저녁을 먹었다. 8시경에 부곡으로 와 온천수온이 전국최고(78도)라고 자랑하는 부곡온천욕을 하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창녕에서 셋째날이자 다시 집으로 가야할 마지막 창녕 여행날은 산행의 피로도 풀겸 느긋하게 일어나 올라가는 도중 영산면에 들러 엣 영산현의 유적들을 답사하고 1싶었는데 시간관계상 영산읍성만 대충 둘러봤다. 현재는 영축산 등산로 좌측 태자봉을 중심으로 약 100여미터 복원되어 있었다. 다행히 태자봉을 오르면서 옛 성곽의 수구터도 확인 할 수 있었다.  영산읍성은 읍내 마을이 커져 거의 그 형태를 파악하기 힘들지만 마을 곳곳에 그 성벽흔적을 볼 수 있다고 했다.

영산읍을 지나 다시 창녕읍내로 와서 경주 불국사 석가탑을 빼닳은 통일신라시대 절정의 불교 석조건축물인 술정리동3층석탑을 관람하기전 이곳 문화재지킴이이신 혜일스님의 안내를 받아가며 이 석탑을 설명받고 관련된 좋은 자료를 얻었다. 술정리동3층석탑 인근의 중요민속자료제10호인 하씨가의 긴 내력을 함께해온 초가집을 관람하면서 뒷마당 텃밭에 더 감탄하며 이곳 주인의 성품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시간관계상 중요한 유적이 많은 만옥정공원은 들리지 못하고 곧장 태고적 창녕의 풍경을 보여주는 우포늪으로 갔다. 우포늪 주차장에서 우리 가족은 자전거를 빌려타고 생이가래와 여러 생명체가 가득한 우포늪의 이곳저곳을 다니며 이야기와  TV,인터넷,책으로만 접하던 우포늪의 아름다운 풍광에 감탄하였다. 아이들도 자연 그대로 잘 보존되고 있는 광활한 생태계의 보고이자  생명의 습지인 우포늪을 즐겼다. 우포늪의 자연풍광에 빠져 계획보다 늦게 올라와야 했지만 창녕의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을 답사하며 아름다운 추억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