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곽을 찾아서

부안지역과 우금산성 답사(2010.9.13)

필그림2 2010. 9. 18. 19:58

역사와 문화를 바탕으로 새롭게 약진하고 있는 서해안의 보석, 부안

 

 

전북 부안으로 2박3일(2010.9.12~9.14) 가족여행을 떠났다.

어제까지만 해도 비가오고 흐린 굿은 날씨였는데 오늘은 맑게 개어 파란하늘에 뭉게구름 둥실거리는 청명한 날씨였다.

서해안고속도로 행담휴게소에서 늦은 아침을 먹고 3시간 남짓 달려 부안IC를 빠져나와 우선 부안의 자랑거리이자 전통 신앙의 대상물인 솟대와 돌장승,선돌 등을 총칭하는 당산을 보기위해 부안읍내로 들어갔다. 시간 관계상 군청 주변에 위치한 서문안 당산만 보았다.

순수 돌로 만든 솟대와 석장승, 선돌들은 고대부터 이어져오는 신앙물로써 재미있는 형상과 꾸밈없는 담백한 미를 보여주었다.

23번 국도를 따라 내려오다가 오른쪽으로 호벌치전적지도 보이고 우리가 내일 갈 우금산성 우금바위도 그 위용을 뽑냈다.

보안면소재지 4거리에서 줄포,고창 방면으로 더 내려가 람사르 지정 습지인 줄포 생태공원과 드라마 세트장을 편안한 마음으로 걷고 쉬면서 피로를 풀었다.

다시 23번 국도로 보안면소재지로 들어와 왼쪽 곰소방향으로 차를 몰아 아이들이 즐겨하는 150년 누에치기 전통마을(유유마을)에 자리한 누에테마(과학)관을 들러 아이들에게 누에와 여러 곤충들을 보여주며 체험과 놀이를 즐겼다. 입장료가 성인3000원, 5세이상 어린이 1500원이였는데 입장료가 아깝지 않을정도로 시설이 훌륭하였다. 부안의 최고 명소중 하나인 격포 채석강에 위치한 숙소에 들어가 간단한 저녁식사 후 내일 여정을 위해 일찍 잤다.

 

어제밤에 피곤해하던 아내가 아침에는 개운하게 일어나 아이들이 잠든 사이 큰아이에게 메모를 남겨두고 가히 걷기신드롬이라 할 정도로 전국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제주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 등이 대표적) 관광길을 이곳 부안에서도 마실길이라는 이름으로 현재에도 사람들이 왕래하는 기존 옛길을 잘 정비하여 관광코스로 개발하였는데 우린 맑은 해풍과 아침공기를 마시며 마을의 안녕과 풍어를 기원하기 위해 만든 일종의 성황당인 수성당까지 왕복 약5km를 다정히 걸어 아침산행을 했다. 오후에는 물놀이를 시켜주겠노라며 아이들을 꼬셔 어제 예정한 내변산의 개암사와 울금산성 산행하기로 했다.

길을 약간 돌아 부안의 대표적 고인돌 유적인 구암리 고인돌군을 구경하고 어제 지나간 23번 국도로 들어가  개암사에 이르렀다.

23번 국도입구에서 개암사까지의 길은 일교차가 커서인지 벌써부터 가로수 잎들이 노랗게 물들어 일부는 이미 떨어져 약간은 이른감이 있지만 가을날의 정취를 느끼게 해줬다. 이 길은 좋은 드라이브 코스였다.

범상치 않은 사찰입구에 대부분 세워져 있는 일주문을 지나 절입구에 차를 새워 개암사 경내로 들어갔다.

보물로 지정된  개암사 대웅보전과 뒷산에 우뚝솟은 울금바위가 서로에게 잘 조화되어 멋진 경관을 만들어 주었다. 의례적으로 대웅보전 앞에서 울금바위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요사채 뒤로난 산길을 이용해 약 700여 미터를 올랐다.

7세,5세 어린 아이들이였지만 첫째는 엄마와 함께 울퉁불퉁하고 더러 바위가 있는 산길을 씩씩하게 올랐지만 둘째아이는 조금 걷다가 지쳐서 나에게 안겼다.

둘째 아이를 않고 울금바위 정상을 향했다. 그리 긴코스는 아니였지만 날씨가 덥고 아이를 안아서인지 중간중간 쉬어야했다.

울금바위 바로 아래에 등산로가 두 갈래로 나뉘어져 있고 낡은 울금산성 안내문이 있었는데 우리는 산죽을 헤치며 왼쪽으로 올랐다.

꽤나 넓은 마당과 함께 사진으로만 봤던 원효굴,베틀굴(정확하지가 않다)이 나타났고 이 암벽에 이런 굴을 만들어 은신처로 삼았던 백제부흥군과 원효로 대표되는 승려들의 지난 고대사를 떠올려 본다. 이 굴을 지나 오솔길을 조금걸으면 다시 두 갈림길이 나왔는데 울금바위 뒤로 향하는 오른쪽을 선택하였다.

은신처로 더 좋음직한 복신굴(이 또한 정확하지가 않다)을 보고 산 정상을 향했다.

바위위에서 내변산과 탁트인 고창방향을 바라보니 내 가슴또한 탁 트인다.

아내와 아이들은 위험하다고 연신 말려댄다. 줄을 타고 울금바위 위에 오르니 바위건너 동편으로 무너진 우금산성의 새하얀 성벽 띠가 보이고 동족 울금바위아래 아직 잘 남아있는 구간의 성벽도 목격했다.

양지바르고 조금 평평한 바위에서 우리 가족은 간식을 먹고 다시 오던길로 내려가 우금산성 안내표지판에서 아내와 큰아이를 남겨놓고 반대편 산성 성벽을 구경하고한사코 따라 가겠다는 작은 아이를 안고 산죽을 헤치며 건너쪽으로 갔다. 백제부흥군이 쌓았다는 우금산성 성벽 일부가 잘 남아있었다. 꽤 정교하게 쌓아올린 성벽은 옹성형태를 보이며 남아있었으며 20여 미터가 옛모습을 잘보여주고 있었다. 시간관계상 더 진행할 수 없어 아쉽지만 멀리서 성벽의 흔적을 보고 돌아와야했다.

가족산행이라 울금바위에 올라 정상에도 오르고 우금산성도 볼 수 있는것 만으로도 만족했다.

개암사 입구에는 이 곳에 주둔하여 최후의 결전을 하던 백제부흥군을 격퇴한 신라장군 김유신(나의 조상님이시다)의 사당인 보령원이 있다고 하니 역사는 순전히 승자의 소유물인것은 예나 지금이나 고금의 법칙인가보다.

이곳에서 서로다른 국가의 명운을 위해 싸운 백제부흥군과 김유신 장군과 신라군을 함께 기린다.

어린아이를 데리고 초행 여행지에서 한 산행이지만 나를 잘 이해해준 아내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개암사는 이웃의 내소사와 비교해서 그 미가 결코 떨어지지 않지만 아직 사람들에게 덜 알려져서인지 조용하게 절을 구경할 수 있었으며 사찰 아래 옆 사방댐에서 세수를 하고 휴식을 취한다음 곰소로 가서 맛나고 깔끔한 집(음식맛도 좋고 주인어른 마음씨가 좋으셔서 내일 다시 들르기로 했다)을 찾아 바지락 칼국수로 점심을 먹고 아이들과 약속한대로 숙소내의 아쿠아월드에서 늦게까지 물놀이와 입욕을 했다.  저녁 7시가 넘어서야 물놀이장에서 나와 저녁 횟감을 사러 가까운 격포항 수산물센터에서 광어회와 소라를 사서(주인 아주머니가 참 좋은분이여서 싱싱한 회도 저렴하게 사고 소라까지 삶아주셨다) 숙소로 들어와 맛나게 먹었다.

 

공기가 좋아서인지 일찍 일어나 어제 아침과 같이 아내랑 수성당까지 마실길 산책을 했다. 이번에는 수성당을 지나 죽암마을아래로 내려오면서 천영기념물 후박나무 군락지도 보았다. 아침을 먹고 12시 이전까지 숙소를 비워야 했기에 아이들과 숙소앞 모래해변에서 모래놀이도 하고 밀물로 고여있는 웅덩이에서 물고기도 잡고 게도 잡으며 순전히 아이의 눈높이로 함께 즐겼다. 퇴실시간에 맞춰 숙소로 돌아와 체크아웃을 하고 채석강,적벽강과 함께 이곳 부안 최고의 명소인 내소사로 갔다. 내소사는 아내가 많이 가보고 싶어한 곳이다. 평일아라서인지 관광객이 적어 500여미터의 전나무숲길을 여유있고 편안하게 거닐었고 내소사 경내 이곳저곳과 대웅전의 소박하면서도 화려한 창살의 아름다움을 감상했다. 내소사를 관람하고 곰소로 향해 곰소항 어물시장을 둘러보며 해산물과 이웃선물용 젓갈을 사서 어제 점심을 먹었던 식당에서 깔끔하고 담백한 바지락죽을 먹고 지나오는 길에 조선후기 실학자들의 스승이라 할 수 있는 반계 유형원선생이 반계수록을 집필한 유적지를 들렀다.

산 중턱에 자리한 반계선생유적지(서당)에서 바라다본 우동리 들판의 아름다운 가을 풍광들과 멀리 구불한 도로를 지나가는 한대의 시내버스는 이 곳을 더욱 평화스럽게 했다. 고즈넉한 이곳에서 후학을 가르치며 집필에 몰두한 반계선생을 떠올려본다.

짧은 여행이었지만 어느정도 나의 목표(산성답사)를 이룰 수 있었고 가족애를 느낄 수 있었다.

아름답고 소중하고 감사한 부안 여행이였다.

올라오는 길은 줄포IC나 부안IC를 타지 않고 조금 돌아 아내가 한번 보고 싶다는 새만금간척지의 해안도로를 따라 군산으로 올라왔다.

도로 우측의 넓은 바다가 메워진다니 진정한 지역 산업을 발전시킬 기회의 땅이될 것인지 환경재앙이 될 것인지 그 진행사항들을 지켜봐야할 것이다.

차안에서 아내와 얘기하면서 일단 긍정적인 생각을 가져보기로 했다. 새로운 희망의 바다와 생산의 땅이 되길 거듭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