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곽을 찾아서

군포8경 반월호수의 아름다운 풍광을 담고있는 터미산성(2010.12.27)

필그림2 2010. 12. 28. 11:29

군포8경 반월호수의 아름다운 풍광을 담고있는 터미산성(2010.12.27)

 

 

12월 중순부터 쉬는 날만 되면 날씨가 무척 춥거나 좋지 못해서 산행이나 답사를 하지 못해 몸이 무겁다.

12월27일도 아침부터 날씨가 무척 흐리더니 오전11시 전후로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간간히 햇살도 비쳤지만 오후부터는 많은 눈이 예보되었다.

그래서 고심끝에 내가 살고 있는 군포시에 위치하는 터미산성을 찾아보기로 했다. 

터미산성은 군포시 산본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여 몇시간 잠깐 다녀올 수 있는 곳으로써 올 7월에 답사를 하려다 중간에 포기한 군포시 유일의 성곽유적이다. 도로가 눈발에 얇게 묻힌 상태인데 운전하는데는 큰 문제가 없었다. 산본에서 대야미를 지나 둔대동으로 들어서니 차량들이 많이 다니지 않아서인지 도로는 꽤 눈이 쌓여 있었다.조심스럽게 반월저수지(반월호수) 방향으로 차를 몰았다. 반월저수지 서쪽 끝 안산시 경계지점 쯤에 차를 세웠다. 반월저수지는 가운데를 제외하고 저수지 주변이 꽁꽁 얼어 있었고, 이곳 둔대동은 아직 농촌 시골풍경을 유지하고 있는 곳이라서 눈텊힌 주변풍경이 참으로 평온해보였다. 가끔 지나가는 KTX 철도가 적막을 깨우기는 했다.

 

터미산성은 반월저수지 건너에 위치한 나즈막한 산 정상부근에 위치하는데 저수지 제방을 따라 산을 오르거나 저수지 남족 안산시 팔곡동에서 산길을 따라 올라가는 방법이 있다. 나는 꽁꽁 언 저수지를 조심스럽게 건너 제방으로 올라 제방 동쪽 끝까지 가서 산을 오르고자 했다. 얼지 않은 부분에 수백마리의 오리들이 군집을 이루고 추위를 피하고 있는 풍경도 아름다웠다. 제방 동쪽 끝, 즉 산아래까지 가니 수위조절설비가 위치해 있으며 그 옆에 이 반월저수지 건설의 역사를 알려주는 기념표석이 있어 지방 향토사의 자취를 보여주었다. 가족들과 가끔 군포8경중 하나인 이곳 반월저수지를 찾을 때면 언제 건설되었는지 알면 터미산성의 주변 환경의 원래 모습을 추측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확실한 기념표석을 발견하게 되었다.

반월저수지의 준공 내력을 알려주는 길이 70여cm 높이 약50cm의 가공이 잘 된  이 건립기념표석에는 반월수리조합, 운크라, 한미합동사업지구, 준공 단기4290년 12월15일 이라는 글이 좌측에 영문과 우측에 한글과 한자를 썪어 각자했다. 반월저수지는 6.25 동란이 한창인 1950년 12월 1일 한국 경제의 재건과 복구를 목적으로 설립된 국제연합한국부흥위원단 또는 국제연합한국재건단(United Nations Korean Reconstruction Agency, UNKRA) 의 지원으로 1957년 12월15일 준공되었다. 이 기념표석은 6.25 동란 이후 한국 근대사의 고통과 시련의 극복 과정을 되새기게 하는 역사적인 자료이자 중요한 향토사 자료이다. 기념표석 가운데에는 동판같은 것이 부착되었던 흔적도 있다.

 

이 반월저수지 준공기념 표지석에서 경사 급한 계곡부가 형성되어 있는데 길이 없었다. 다행히 겨울이라 앙상한 수목을 헤치고  곧장 능선으로 올랐다. 능선에 올라 동쪽 산정상부로 향하였다. 10여분 정도 능선을 헤쳐 정상부에 오르니 올해 태풍으로 쓰러진 고목들이 즐비하고 주위에 성돌로 추즉되는 돌들이 너부러져 있다. 이곳은 산성의 남쪽면으로 경사가 완만만한 지역이다. 예상대로 터미산성의 흔적은 잘 남아있지 않았다.

이 터미산성은 한양대박물관에서 실시한 안산시의 성태산성지표조사(2000)때 발견되었으며, 경기도박물관 도서해안지역종합학술조사(안산시 해안지역.2001) 보고서에 소개 되어있다. 산의 지형은 북서쪽이 높고 남동쪽이 낮으며 동서축선이 긴 반월형 테뫼식 산성으로 전체 길이 약 450m의 작은 성곽이다.

앞서 경기도박물관에서 지표조사를 할 때 성벽 이곳저곳을 부분적으로 절개하여 체성상태를 파악한 흔적이 남아있다.

성벽의 흔적으로는 남쪽 경사가 완만한 지역에 조금씩 남아있으며 남쪽에서 동쪽으로 회절하는 부분과 동쪽에서 북쪽으로 회절하는 부분에서도 조금씩 관찰되었다. 남쪽에서 동쪽으로 회절하는 부분에 치성의 흔적을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었다. 터미산성에서 서쪽으로 직선거리로 1.2km에 위치한 성태산성의 축성형태와 비교해보면 거의 유사함을 볼 수 있다. 인근의 성태산성은 축성형태와 출토된 토기편으로 보아 신라가 한강하류에 진출한 6세기 중,후반때 축조된 것으로 추측하는데 이 터미산성도 성태산성과 비슷한 시기에 축성되어 신라가 안산이나 화성등의 해안을 통하여 한강유역으로 진출하는 과정에서 막돌 막쌓기 형식의 급하게 쌓은 소규모 산성으로 추측해본다.

정확한 축성법과 축성연대 추정은 정식 발굴조사를 해봐야 할 것이다. 반월저수지가 내려다 보이는 북벽은 급격한 경사와 암벽으로 이루어져 자연스럽게 쳔혜의 성벽을 이루고 있어 성벽을 쌓을 필요가 없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적과 주변을 관망할 수 있는 자연적인 옹성과 망루가 있었음직한 지형도 관찰된다. 그리고 채성을 위하여 암석을 떼어낸 채석 흔적이 여러 곳 남아있다. 제대로 된 기록이나 유구가 남아있지 않아 발견된지 10여년이 지났지만 터미산성의 실체를 파악할 수 없어 안타깝다. 터미산성의 대부분은 군포시에 위치되어져 있으나 안산시 유적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고대 역사유적지에 현재의 시도 개념으로 구분지어 나눌 필요는 없겟으나 시경계 지역에 위치한 유적들이 소홀한 관리를 받고 있는 것이 현실임을 볼 때 변변한 고대 유적이 없는 우리 군포시에서 먼저 조사하고 관리한다면 반월저수지(반월호수)의 아름다운 풍광과 함께 시민과 지역주민들에게 훌륭한 문화자원이자 답사코스가 될 것이다.

눈내리는 산성을 내려와보니 차 위로도 눈이 수북히 쌓였다. 돌아오는 길은 도로에 눈이 쌓여 매우 미끄러워 몇번 고생 끝에 집으로 올 수 있었다.

 

 

 

                                                                     터미산성 위치도(출처 : 경기도박물관 도서해안지역종합학술조사Ⅱ)

 

                     

                                                                                              반월호수에서 바라본 터미산성

 

                                                                                                 반월저수지 준공기념표석

 

                                                                                                   터미산성 남벽 체성 흔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