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의 추억

간송미술관 가을전시 "화훼영모대전"

필그림2 2010. 10. 13. 23:47

 

간송미술관 "화훼영모대전"

간송미술관이 동식물을 소재로 한 옛
그림인 화훼영모화를 한자리에 모아 올 가을 전시회를 마련한다.


 

오는 17일 개막해 31일까지 열리는 ‘화훼영모대전’에는 고려 공민왕(1330~74)의 작품부터 이당 김은호까지 600여년의 세월 동안 각 시기를 대표하는 100여점이 선보인다. 다양한 화훼영모화를 통해 당대의 이념 변화에 따른 화풍의 흐름 등을 살필 수 있다.

중국 주자성리학이 성행하던 고려 말, 조선 초 그림에선 중국 남송화풍이 진하게 드러난다. 서화에 능한 것으로 유명한 공민왕의 ‘이양도’는 걸어가는 양 두 마리의 모습을 생생하게 표현한다. 하지만 당시 이 땅에는 양이 들어오지 않았다. 소를 그린 이경윤, 이영윤 등의 작품도 뿔과 몸체가 큰 중국 물소의 모습이다.

주자성리학에 이어 조선성리학이 지배 이념이 되자 그림들 역시 변화가 엿보인다. 중국이 아니라 우리 주변의 동식물이 소재가 되고, 중국 남송화풍도 벗어나 조선 고유의 화풍을 찾기 시작한다. 정선의 ‘추일한묘(秋日閑描)’를 비롯해 고양이를 잘 그린 것으로 유명한 변상벽 등이 대표적이다.

이후 김홍도와 이인문, 김득신, 신윤복 등은 세밀하고 정교한 사생에 회화성을 더한다. 사생에 그치지 않고 그림 속에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이다. 청나라 고증학이 성행하던 시기에는 청나라 문인화풍이 드러난다. 대상의 묘사보다는 본질을 추상적으로 표현하는 경향이 강해지는 것이다. 조선 말에는 중국화와 전통화의 영향이 뒤섞여 장식성이 두드러진다. 최완수 간송미술관
연구실장은 “시대 이념이 바뀌면 예술양식도 달라진다”며 “그 변화의 흐름을 그림 속에서 읽을 수 있다”고 밝혔다.

 

경향신문 (2010. 10. 13)